2021년 채굴 대란과는 원인이 다릅니다
그래픽카드 값이 또 올랐다고 하면 대부분 채굴을 떠올립니다. 이번에는 아닙니다. 원인이 다르고, 그래서 끝나는 방식도 다릅니다.
| 2021년 채굴 대란 | 지금 (2026년) | |
|---|---|---|
| 무슨 일이 | 게이머 말고 채굴자가 사갔다 | 게이머용 부품이 안 만들어진다 |
| 병목 | 수요 폭증 | 공급 이탈 — 메모리 라인이 AI로 넘어감 |
| 출구 | 채굴이 꺼지면 중고가 쏟아진다 | 없다. 쏟아질 물건 자체가 없다 |
| 끝난 방식 | 코인값이 꺾이자 반년 만에 정상화 | 메모리 증설이 되어야 끝난다 — 2028년 이후 |
2021년에는 카드가 다른 사람 손에 갔을 뿐 만들어지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채굴이 꺼지자 그 카드들이 중고시장으로 쏟아졌고 값이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그 출구가 없습니다. 카드가 어딘가에 쌓여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진짜 범인은 메모리입니다
그래픽카드 가격표에서 GPU 칩만 보면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른 건 메모리입니다.
2025년 10월 $2.80 → 최근 $8.40
메모리 원가 증가분
배정한 생산능력 비중
메모리 원가만 환산하면 8GB 카드가 약 14만원, 12GB가 18만원, 16GB가 25만원 올랐습니다. 그래픽카드 한 장 값에서 이게 얼마나 큰지는 아래 시세표를 보시면 됩니다. 보급형 카드는 메모리값 상승분만으로 예전 가격의 절반이 붙습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GPU 칩과 GDDR 메모리를 한 키트로 함께 공급합니다. 제조사가 “메모리는 싼 데서 따로 사겠다”를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메모리 시세가 오르면 그대로 소비자가에 전가됩니다. 엔비디아는 올해만 세 번째로 가격을 올렸고, RTX 50 전 라인이 20~30% 인상됐습니다.
HBM이 생산라인을 먹었습니다
왜 갑자기 메모리가 모자라졌는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이 훨씬 비싸게 팔리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공장, 같은 웨이퍼로 몇 배 비싼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 게이머용 GDDR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 메모리 3사가 생산능력의 70%를 HBM·AI용으로 배정했습니다.
- 올해 D램 출하량의 57%가 데이터센터로 갑니다.
- 범용 D램 가격은 2026년 1분기에 전분기 대비 90~95% 올랐습니다. 역대 최대 분기 상승률입니다.
즉 그래픽카드만 오른 게 아닙니다. PC용 램도 같이 올랐습니다. “그래픽카드 대신 램이라도 채우자”가 예전만큼 싸게 먹히지 않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올랐나
| 그래픽카드 | 신품 최저가 | 3개월 변동 |
|---|---|---|
| RTX 5090 | 777만원 | +43% |
| RTX 5080 | 220만원 | +25% |
| RTX 5070 Ti | 160만원 | +17% |
| RTX 5070 | 124만원 | +35% |
| RTX 5060 Ti | 88만원 | +30% |
| RTX 5060 | 64.7만원 | +27% |
| RTX 5050 | 46.6만원 | +16% |
| RTX 4090단종 · 신품 없음 | — | — |
| RTX 4080 SUPER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TX 4070 SUPER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TX 4070단종 · 신품 없음 | — | — |
| RTX 4060 Ti | 65.4만원 | — |
| RTX 4060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TX 3090단종 · 신품 없음 | — | — |
| RTX 3080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TX 3070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TX 3060 Ti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TX 3060 | 49.6만원 | — |
| RTX 3050 | 30.9만원 | — |
| RTX 2060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GTX 1660 SUPER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GTX 1650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X 9070 XT | 129만원 | — |
| RX 9070 | 98.9만원 | +5% |
| RX 9060 XT | 64.4만원 | +11% |
| RX 7900 XTX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X 7800 XT단종 · 신품 없음 | — | — |
| RX 7600 | 36.9만원 | — |
| RX 6600 | 35.3만원 | — |
3개월 만의 변동입니다. 1년으로 늘리면 더 심합니다 — RTX 5060은 2025년 10월에 43만원이었는데 지금 64.7만원입니다. 1년 새 50%입니다.
반면 CPU는 조용합니다. 같은 기간 대부분 보합이거나 오히려 조금 내렸습니다.
| CPU | 신품 최저가 | 3개월 변동 |
|---|---|---|
| Ryzen 7 9800X3D | 60.5만원 | -4% |
| Ryzen 7 9700X | 34.2만원 | — |
| Ryzen 5 9600X | 25.1만원 | -4% |
| Ryzen 7 7800X3D | 41.9만원 | +1% |
| Ryzen 5 7600X | 29.2만원 | — |
| Ryzen 5 7500F | 17.4만원 | 0% |
| Ryzen 7 5700X3D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yzen 5 5600X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Ryzen 5 5600 | 15.4만원 | — |
| i9-14900K | 65.2만원 | — |
| i7-14700K | 50.7만원 | — |
| i5-14600K | 32.4만원 | — |
| i5-14400 | 18.6만원 | -6% |
| i5-13400 | 19.6만원 | — |
| i5-12600K잔여재고 · 제값 주고 살 물건이 아닙니다 | — | — |
| i5-12400 | 16만원 | — |
| i3-12100 | 11.9만원 | — |
업계 기사 제목 하나가 이 상황을 정확히 요약합니다 — 「그래픽카드 확 오르고 CPU 찔끔 내리고」. CPU는 D램을 안 쓰니까 이번 사태를 비껴갔습니다.
중국이 RTX 5090을 팔레트 단위로 사갑니다
상위 카드가 특히 많이 오른 데는 별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전문가용 AI 카드인 RTX Pro 6000은 2,500만원에 납기가 두 달입니다. 그러니 RTX 5090을 대량으로 사서 AI 워크스테이션으로 개조하는 쪽이 빠르고 쌉니다.
결과적으로 5090은 게이머와 AI 수요가 같은 물건을 놓고 경쟁하게 됐습니다. 3개월 새 43% 오른 건 그 때문입니다. VRAM이 큰 카드일수록 값이 안 빠지는 현상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럼 중고는 답인가
중고 시세도 같이 밀려 올라갔습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출시 2년쯤 지난 카드가 출시가의 50~60% 선인데, 지금은 곡선 전체가 두 배 위로 밀려 있습니다.
- 36개월이 지나야 겨우 원래 출시가 수준으로 내려옵니다. 그 전 제품은 중고가 출시가보다 비쌉니다.
- 현행 유통 중인 세대는 중고가가 신품의 86~90%입니다. 중고로 사는 의미가 거의 없습니다.
- RTX 4090은 출시 47개월차인데 여전히 출시가의 174%입니다. VRAM 24GB 이상은 AI 수요 때문에 아예 다른 세상입니다.
값이 이렇게 오르면 시세의 절반 이하로 올라온 매물은 거의 사기입니다. 실제로 정상가 290~300만원인 RTX 5080을 136만원에 올린 판매자가 입점 3일 만에 안전거래센터 사기 판정을 받은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왜 이것만 싸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급하지 않으면 사지 마십시오. 지금은 같은 물건을 가장 비싸게 사는 구간입니다.
- 꼭 사야 한다면 VRAM을 보십시오. 어차피 비싸게 사는 거라면 8GB보다 12GB 이상이 오래 갑니다. VRAM이 모자라면 프레임이 낮아지는 게 아니라 뚝뚝 끊깁니다.
- CPU·SSD는 지금 사도 됩니다. 이번 사태를 비껴간 품목입니다. 그래픽카드를 미루고 병목부터 푸는 쪽이 같은 돈으로 더 남습니다.
- 중고는 신품 대비 비율을 보고 판단하십시오. 신품의 85%가 넘으면 살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 2028년 전에는 극적으로 안 내려옵니다. 마이크론 CEO는 2028년부터 점진적 개선을 이야기했고, 시장조사기관도 본격 회복을 2028년 이후로 봅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면 “언제 사도 비싸다”를 전제로 계획을 세우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 쓰는 컴퓨터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확인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막상 재보면 바꿀 필요가 없거나,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램이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숫자는 어디서 가져왔나
시세는 다나와 최저가 기준입니다. 실제 오픈마켓(쿠팡·G마켓·롯데온)에서는 같은 시점에 10~36% 비싸게 팔립니다. 표의 값은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선”이지 평균가가 아닙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를 두 곳 이상 보고 교차검증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습니다. 제품명이 정확히 일치하는 284쌍을 대조했더니 24.3%가 원 단위까지 똑같았습니다. 에누리 상품 이미지 주소에 다나와 경로가 1,608건 섞여 있고, 서로 다른 제품에 걸쳐 동일한 오류 금액이 양쪽에 함께 나타납니다. 카탈로그와 유통사 피드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두 곳은 독립된 두 소스가 아니라 1.25개로 세고 있습니다.
단종·잔여재고 제품에 값을 적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남은 물량이 한두 개인 상태의 “최저가”는 실제 시세가 아니라 잡음입니다. 그대로 쓰면 구형 RTX 4060이 신형 RTX 5060보다 비싸게 표시됩니다.